미국의 유력 경제지들이 최근 뷰티 시장을 다룰 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키워드는 바로 리테일 아포칼립스, 즉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과 재편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화장품 시장의 왕좌는 메이시스나 노드스트롬 같은 고급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에스티로더나 랑콤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곳은 성공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은 이제 그 권력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얼타 뷰티(Ulta Beauty)와 세포라(Sephora)가 주도하는 전문점 체제, 그리고 아마존이라는 거대 온라인 공룡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얼타의 전략입니다. 그들은 백화점의 럭셔리 브랜드와 약국(Drugstore)의 저가 브랜드를 한 공간에 섞어 놓는 파격적인 믹스매치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100달러짜리 향수와 10달러짜리 마스카라를 한 바구니에 담는 매스티지(Masstige, 대중적인 명품) 소비 패턴을 폭발시켰고, 결국 백화점의 콧대 높은 문턱을 무너뜨렸습니다.
더욱 심층적인 변화는 온라인에서 감지됩니다. 과거 아마존은 저가 공산품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고급 뷰티 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리는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WWD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아마존이 프리미엄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가짜 상품(Garantie)을 척결하는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생존을 위해 아마존에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되었습니다.
미국 시장은 현재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어중간한 백화점 브랜드는 쇠락하고, 확실한 초고가 럭셔리나 틱톡과 아마존을 타고 흐르는 인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양극화 시장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미국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전통적인 바이어 미팅보다는,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FBA)을 이해하고 틱톡의 알고리즘을 분석하는 것이 백화점 입점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

